23일(현지 시각)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UAE의 원유 수출량은 이달 초 기준 하루 430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전쟁 발발 직후인 3월의 하루 190만 배럴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로,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약 85% 수준까지 회복된 것이다.
UAE의 빠른 수출 정상화에는 자국 송유관이 핵심 역할을 했다. UAE는 석유 생산 거점인 하브샨에서 오만만 연안의 푸자이라 항구까지 연결되는 길이 380㎞의 송유관을 보유하고 있다. 이 송유관은 아부다비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직접 수출 항구로 운송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하루 최대 수송 능력은 180만 배럴에 달한다.
여기에 UAE는 푸자이라 인근에 4200만 배럴 규모의 지하 원유 저장시설인 만두스(Mandous)도 운영하고 있다. IEA는 이 시설이 수출 물량 조절과 선적 일정 관리에 추가적인 유연성을 제공하며 UAE의 수출 회복을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UAE는 전쟁 기간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을 완전히 중단하지 않았다. 지난 4월부터는 오만 해안선을 따라 일부 수출 물량을 해협을 통해 운송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유조선의 트랜스폰더(위치 송수신기)를 끄고 운항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특히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는 자체 선단을 활용해 페르시아만 밖으로 원유와 가스 화물을 지속적으로 실어 날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선박들이 에너지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고객국으로 향하기 위해 이란 해군과 미국 군함 양측의 통행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DNOC는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때 트랜스폰더를 끄는 이른바 '암흑 항해' 방식 등을 활용하며 중동 지역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수출망을 유지한 에너지 기업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이 같은 방식 덕분에 ADNOC는 전쟁 기간에도 중동에서 가장 활발한 원유·가스 운송 업체 중 하나로 활동했으며, 소형 유조선을 이용해 원유를 해협 밖으로 실어 나르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UAE의 운송 방식은 공급 위기 속에서도 국제유가 급등을 막은 여러 우회책 가운데 하나였다"며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업계의 비관적 전망과 달리 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물량이 꾸준히 유지된 데다 미국의 원유 수출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중국의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한 영향도 있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