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중동·북아프리카(MENA)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진국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대표적인 파머징(Pharmerging) 마켓으로 눈을 돌리며 매출 다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최근 영국 제약사 히크마 파마슈티컬스(Hikma Pharmaceuticals)와 MENA 지역에 대한 독점 라이센스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셀트리온은 골·안과·자가면역질환 등 6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공급하고 히크마는 현지 허가와 유통·판매를 담당한다. 계약금과 상업화 마일스톤이 포함된 계약으로 알려졌다.
중동 주요국은 바이오의약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셀트리온은 히크마와의 협력을 확대하며 현지 접근성을 대폭 높이게 됐다. 히크마는 요르단, 모로코 등 MENA 17개국에서 강력한 판매 네트워크를 갖춘 현지 1위 제약사로,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 확장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보툴리눔 톡신 업계도 MENA 지역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이라크·바레인과의 연이은 수출 계약으로 MENA 20개국 중 10개국 진출을 완료했다. 주력 품목인 '나보타'는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튀르키예, 이집트 등 주요국에서 현지 미용·성형 트렌드 확산에 맞춰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회사는 의료진 교육 프로그램 '나보타 마스터 클래스(NMC)'를 사우디에서 개최하는 등 현지 의료 생태계와의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
휴젤 역시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고 미용의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5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를 공식 출시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주요 시장에서도 품목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유통은 현지 미용의료 전문기업 메디카그룹(Medica Group)이 맡고 있다. 메디카그룹은 UAE 본사를 중심으로 사우디·레바논·카타르 등지에서 약 30개 이상의 제품을 유통하는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한미약품은 사우디 제약사 타북(TABUK)과 항암 바이오신약 '롤론티스' 공급 계약을 맺으며 MENA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한미약품은 비뇨기·항암 분야를 중심으로 타북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으며 향후 대사질환 치료제 등 핵심 제품군의 현지 허가 및 유통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타북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MENA 17개국에 유통망을 보유한 대표 제약사다.
이수앱지스는 고셔병 치료제 '애브서틴'을 앞세워 알제리, 사우디, 이라크 등으로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이는 MENA 지역의 희귀질환 치료제 수요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애브서틴의 알제리 진출은 2022년 중앙병원약제국(PCH)와의 계약으로 본격화됐으며 지난해 말 타북과의 파트너십 체결에 성공하며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MENA 지역은 젊은 인구 비중이 높고 의료서비스 민영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성장성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며 "중동 진출 경험은 다국가 임상 및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절차에서도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트레이드아라비아에 따르면 MENA 지역 제약 시장은 2025년 약 600억달러(약 83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8~10%의 성장이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UAE·이집트 등 주요국의 의료 인프라 확충과 만성질환 증가가 시장 확대를 이끌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