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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아라비아의 미래로 날아간 화살 2014-04-14




아라비아 사막의 낙타는 더 이상 사람을 태우거나 짐을 싣지 않는다. 머나먼 중국과 북아프리카까지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며 낙타 발자국을 새기던 대상(隊商)의 시대는 이미 오래 전 막을 내렸다.
낙타들은 이제 가벼워진 몸으로 수백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사막 레이스에 출전한다. 카타르의 사막
모래바람 속에서 어스름을 가르며 미래를 향해 날아가는 아라비아의 오늘을 보았다.



◆무한대의 상상이 현실로 구현되다



벼락 스타는 연예계나 스포츠계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하루아침에 연습생에서 홈런왕으로
발돋움한 '장종훈 신화'는 바다 건너 아라비아 반도에서도 재현됐다. 아라비아 반도 서쪽 해안에
새순처럼 돋아난 카타르가 그 주인공이다.

 




카타르는 최근 몇 년 동안 초고속 경제 성장을 지속해 1인당 국민소득이 이미 6만 달러를 돌파했다.
미국은 물론 서유럽 국가들보다도 앞서는 세계 최상위권이다. 사막 유목생활과 진주조개 채취가 전부였던
이들이 지금은 너 나 할 것 없이 억대 연봉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카타르 국적이면 세금과 공공요금이 사실상 제로(0)이고, 교육과 의료 부문 역시 거의 완벽하게 보장된다.
한여름에는 폭염을 피해 대부분 유럽과 미국, 호주 등지로 장기 휴가를 떠나 도하 시내가 텅 빈다.
또한 누구나 학업에 조금만 뜻을 두면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원하는 만큼 유학을 다녀올 수 있다.
성인이 몇 명이냐가 그 집의 자동차 최저 보유 대수를 결정지을 정도이니 그야말로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셈이다.



카타르의 이러한 부(富)의 원천은 천연가스이다. 카타르 영토에는 900조㎥에 육박하는 천연가스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 중에서도 이란과 공유하고 있는 아라비아 만 해저의 사우스파스(South Pars)
가스전은 단일 가스전으로는 세계 최대로 알려져 있다. 현재 생산량이면 300년 이상 뽑아내도 바닥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한다.




카타르처럼 부가 넘치는 곳은 여행지로서 양면성을 지닌다. 숙박, 교통 등 관광 인프라가 완비돼 편리하고
안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 반면에 일반 여행자로선 범접하기 힘든, '부자들만의 리그'가 도처에서
발견되면 상대적 박탈감에 여행이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다행히도 카타르는 벼락부자 국가의 장점이 부각된다.
치안과 환경이 잘 정비돼 밤길 산책도 안전하고, 어디서나 음식을 사 먹어도 배탈 날 걱정이 없다.
특히 세금이 없는 '쇼핑 천국'이어서 더욱 반갑다. 카타르 내에서 거래되는 모든 물품에 대해선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도하 시내에 위치한 시티센터(City Center), 랜드마크(Landmark) 등 대형 쇼핑몰의
세일 기간을 이용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명품 쇼핑도 가능하다.

 





◆카타르의 타입캡슐, 수크(Souq) & 도우(Dhow)



'옛 시간이 보존돼 있다'는 것은 카타르의 또 다른 매력이다. 이는 강남 벼락부자 탄생의 주역인 말죽거리와
도하를 구분 짓는 차이점이기도 하다. 지금 말죽거리에선 배나무 밭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도하의 도로와
해변에선 대추야자를 볼 수 있다. 말에게 죽을 끓여 먹이던 말죽거리 촌락은 사라졌지만, 도하의 재래시장과
사막에선 지금도 낙타와 사냥매가 거래된다. 불과 한 세대 전의 풍경이 온데간데없이 지워진 말죽거리와 달리
도하는 고색창연한 풍경들이 타임캡슐처럼 보존돼 이방인의 눈앞에 펼쳐진다.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기에 도하에선 시간의 흐름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나귀가 끄는 달구지와 원색의 포르셰
스포츠카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 또한 하얗게 회칠을 한 아랍 양식의 건물 너머로 수십 층 스카이라인이
걸쳐 있다. 도하의 재래시장 수크(Souq)는 이러한 카타르의 과거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




수크는 아랍어로 시장을 뜻한다. 중동 지방의 유목민인 베두인(Bedouin) 족은 수크로 불리는 노천시장에
양고기와 유제품, 양털 등을 낙타에 싣고 와 사막 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바꿔 갔다. 당시 노천시장에서
유래된 수크에 지금 세계 각지로부터 여행객이 찾아온다.








수크 와키프(Souq Waqif)는 도하 해안가 코니시에서 지척이다. 도하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으로
카타르의 옛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주로 이란계 카타르인이 상점을 운영해 ‘이란 시장’이라고도 불린다.
진흙 벽돌과 야자나무를 이용해 지은 건물이 특히 눈길을 끄는데, 회칠한 벽면을 뚫고 나온 검은색 통나무들이
절묘한 흑백의 대조를 이룬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골드 수크(Gold Souq), 수크 알 디라(Souq Al Dira),
수크 알 아지에리(Souq Al Asiery) 등 여러 재래시장과도 잇닿아 있다.



수크 와키프의 중앙로 양편에는 미로처럼 얽힌 골목이 수십 개다. 각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주랑(柱廊)식
2층 건물에 갖가지 상점이 밀집해 있다. 거래 물품은 100년 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의류, 장신구, 카펫,
향수, 공예품, 악기, 향신료, 보석, 말린 과일, 사냥매 등이 판매된다. 카페와 레스토랑에선 아랍 전통 음료와
요리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상점과 식당들은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지만 본격적인
영업은 점심 겸 휴식이 끝나는 오후 4시부터이다. 더위가 한풀 꺾이는 해질 무렵부터 시장은 활기를 띠고
밤늦도록 문전성시를 이룬다.




카페나 레스토랑에선 의자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채 물담배(시샤 Shisha 또는 후카 Hookah)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담배는 길고 날렵하게 생긴 금속관에 물이 담긴 항아리를 연결시켜
담배 연기가 물속을 통과하게끔 고안된 기구다. 금속관 머리 부분에 숯을 피워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항아리와 연결된 고무호스 끝에 달린 흡입구를 빨아 담배 연기를 들이마신다. 한 번 흡입할 때마다 항아리의 물이
부글부글 거품을 일으키는 모습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사과, 딸기, 포도, 체리 등 여러 가지 과일 향료도
첨가할 수 있다.




수크 와키프의 사냥매(Falcon) 숍은 한 번쯤 찾아가볼 만하다. 카타르 사람들의 호사스러운 전통 취미인
사냥매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지난 수세기 동안 베두인 족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매를 이용해
광야에서 사냥을 즐겨왔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사냥매 훈련과 실전을 체득시키며 예절, 용기, 인내,
근면 등을 가르쳤다고 한다.








사냥매 숍에 들어서면 두 눈이 가려진 채 횃대 위에 꼿꼿이 앉은 매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음악 감상실인
양 가죽과 천으로 만든 눈가리개를 투구처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다. 사냥매는 길들여지긴 하지만
눈을 가려주지 않으면 갑자기 사람을 공격하거나 날아가려고 버둥거린다고 한다. 비싼 놈은 한 마리가
10만 리얄(약 2700만 원)을 호가한다.




수크 밖 해안도로 선착장에선 도우(Dhow)를 체험해볼 수 있다. 도우는 카타르의 옛 정취를 간직한
또 하나의 즐길 거리다. 연안 항해를 위해 고안된 아랍 전통 목선으로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도양과 아라비아 해를
오가며 곡물과 향신료를 실어 날랐다. 도우에 올라 간단한 음식을 즐기며 도하 해변을 바라보면 모스크와
마천루 불빛이 빚어내는 21세기 버전의 아라비안나이트를 읽어낼 수 있다.






[사진/이진욱 기자(cityboy@yna.co.kr)ㆍ글/장성배 기자(up@yna.co.kr)]

출처 : 연합뉴스 (2008-02-2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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