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사우디 최초의 영화 ‘와즈다’- 알 맨사우어 감독 이메일 인터뷰 2014-06-13

영화 덕에 여성도 자전거 타게 돼 기뻐요


사우디아라비아 첫 영화와즈다로 세상을 변화시킨 하이파 알 맨사우어 감독이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크리스리픽쳐스 인터내셔널 제공





영화 '와즈다' 한 장면. ㈜크리스리픽쳐스 인터내셔널 제공



 

여자는 아무리 더운 날에도 검정색 옷으로 온몸을 칭칭 감싸고, 눈만 내놓고 다녀야 하는 나라. 여자는
투표권이 없고 허가증 없이 여행도 할 수 없으며,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도 탈 수 없는 나라. 이슬람국가
중에서도 극도로 보수적인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에는 영화라는 게 없었다. 2012와즈다
나오기까지는. 사우디 첫 영화라는 것만으로 큰 화제가 된와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 영화를 기획
하고 각본, 연출까지 맡은 이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
 
하이파 알 맨사우어(39)는 사우디 여성으로서 짊어져야 할 각종 억압과 규제 속에서 최초의 영화를 만든
최초의 여성 감독이다. 영화는 여자에게 자전거가 금지된 사우디에서 자전거를 갖기 위해 상금이 걸린
퀴즈대회에 나가는 열 살 소녀 와즈다의 이야기
.

정작 사우디에선 상영되지 못한 이 영화는 2012년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3관왕을 비롯, 해외 영화제
19
개 부문에 상을 받았다
.

게다가와즈다를 통해 2013 4월 이슬람 율법이 수정되며 사우디 여성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오는 19일 국내개봉을 앞두고 맨사우어 감독을 11일 이메일로 만났다
.

-
사우디의 첫 영화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는?

사우디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여성, 특히 소녀들에게 자기 자신을 믿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도록
영감을 주고 싶어서와즈다를 만들었다. 어려운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배울
필요가 있는 진정한 가치이다. 나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훌륭한 소녀들과 함께 자랐지만 그들은
보수적 가정에 속해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고 자신들의 믿음을 실천하기 위한 용기가
충분치 못했다
.”

-
촬영 중 여성감독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야외 촬영이 힘들었다. 사우디는 남녀 분리 사회라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남성과 함께 있지 못한다.
차에 숨어서 모니터를 보고 워키토키로 바깥의 배우들에게 연출 지시를 했다. 촬영 내내 이슬람 골수
세력의 살해 협박과 테러 위협도 있었다. 힘들었지만 보상은 충분했다
.”

-
사우디에서 금지된 자전거 탄 소녀 이야기를 만드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도전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진 않았다. 내 영화는 시스템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 자신이 시스템을
바꾸기에는 무력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와즈다제작의 가장 어려운
점은 사우디 내 촬영제작 등 산업 전반의 부재와 그로 인한 제작 상황 하나하나에 도전과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

-
베니스영화제 3관왕 등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영화가 암울한 상황만 보여주지 않고 진정성 있게 만들어져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와즈다는 미래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관한 영화다. 희망에 관한 영화다
.

서양 관객들은 사우디 여성에 관한 어떤 개념들이 있는데, 실제 일상생활은 모른다. 사우디에서 여성
으로 살기는 힘드나 사우디 여성이 얼마나 강한 지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

내가 오해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그 강인함에 대해선 모르는 것 같다. 터프하고, 대담하고
신세대들은 바깥 세상에 대해서 새로운 창을 가지고 있다. 내 세대가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상황을 바꿀
의지와 힘이 있다. 그들은 서바이버(survivor)이다
.”

-‘
와즈다를 통해 사우디 여성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 소감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결과적으로 국가적 담론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는 건 내게 엄청난
보상을 주었다. 사람들이 서로 헐뜯기를 멈추고 서로 다름을 인정할 때 사회에 변화가 온다고 믿는다
.”

-
주인공와즈다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청바지를 입고 손에는 문신을 하고 머리에는 헤드폰을 끼고 저스틴 비버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와드 모하메드가 오디션장에 들어왔다. 한눈에 완벽한와즈다임을 직감했다
.”
 
-
사우디의 첫 영화감독이자 첫 여성 감독이다.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자랑스럽다. 내 딸도 영화감독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원래부터 최초의 여성 감독이 되고 사우디 최초로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목표는 아니었다. 내 목소리를 내고 싶었고 리얼하고 정직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저 꿈을 가지고 그걸 믿었을 뿐이다.”

 

출처 : 국민일보 (2014/06/1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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